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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는 홍해의 푸른 바닷물을 가로지르는 요트에 누워있었다. 이집트의 여름 햇살은 너무나 강렬했지만 그녀는 그 것이 무척이나 매혹적이라고 느꼈다. 재희가 샴엘쉐이크sharm el sheikh에 도착한지도 벌써 2년 째, 시작은 단순히 후루가다의 그룹에 관한 반감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그녀도 상당히 큰 다이빙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고 꽤 많은 강사들을 통솔하고 있었다.그 중에서는 한 때 그녀의 학교친구였던 문영혼과 이주행이도 있었다.

 문영혼은 학창시절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했고 라틴어와 도자기 맞추기에 능숙했다. 그녀는 매일 밤 라틴어로 된 근육과 뼈들을 외우기에 바빴고 그런 삶에 지친 나머지 방학을 틈타 이집트로 오게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결코 예측하지 못했던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사랑에 사로잡혔다. 방금이라도 파라오가 등장할 것만 같은 세티 1세의 장전, 그리고 그녀의 환상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피라밋. 그러나 그녀를 황홀경에 이르게 한 것은 비단 신비로움을 간직한 고대유물만은 아니었다. 주인공은 바로 황마스터. 청회색 눈동자의 아랍남자들에게 유독 끌리던 영혼은 바로 그들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그에게 알 수 없는 기묘한 설레임을 느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직후 그녀는 그 것이 감히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황마스터는 어떤 인물인가? 평소 영혼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웁쓰군♡이나 섬미니미니 스타일의 하얗고 여리여리한 아이돌 스타쯤으로 생각하겠지만 불행히도 희망과 현실은 늘 반대이듯 황마스터 역시 결코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잘 그을린 구리빛 피부, 잘 빠진 대흉근, 섹시한 울나와 라디우스 뼈 사이의 상상근. 그러나 조폭삘이나는 외모에 반삭의 헤어스타일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이 있다면 이미 근육화 되어버린 뇌일 것이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분명 공동에 불과했을 그 공간이 그나마 근육으로나마 채워지게 된 것은 아마도 다이빙에 빠지게 되면서부터이리라고 추측된다. 좋게 말해서는 유예기간, 나쁘게 말해서는 생각없는 막장인생에 불과했던 그는 처음에는 영혼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가 훗날 그녀의 적극적인 대쉬에 이끌려 결혼하게 된다.

 이주행('ㅇ~이'라는 경상도 엑센트를 추가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이는 어렸을 때부터 지극히 모범적으로 자라난 전형적인 서울대생으로 사학과의 촉망받는 재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 이유는 역시 너무나 명확했다. 그 것은 오랜친구이자 동시에 연인이었던 동순이 때문이었다. 그들이 사귀기 시작한 것은 친구로써는 4년째 되던 해 봄, 그리고 동순이가 상병이었을 때였다. 동순이는 군인과 사귀어줌에도 감사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싸이월드 메인에 버젓이 모터쇼 레이싱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을 정도로 개념이 없는 인물이었다. 의도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몇 가지 무지로 인하여 이주행의 마음은 타들어갔고 결국 그를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다른 도피처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바로 이집트였다. 아랍녀들에게 전혀 인기가 없는 타입이었던 동순이는 주행이 이외의 여자에게는 눈 돌릴 틈도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주도한 인물인 재희는 가장 조직적이고 치밀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 악행은 다 저지르고 다닌데다, 특히 대학시절의 룸메이트가 청소를 잘 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그녀의 샤워볼과 칫솔을 변기에 넣고 휘휘 저을 수 있는 악독함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결국 그녀는 그러한 근성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샴웰쉐이크의 가장 큰 다이빙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일이 없을 때는 휘하의 사람들에게 각자 알맞은 일을 줌으로 결코 놀도록 하는 일이 없었다. 그리하여 영혼은 강사라기보다는 풍부한 고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인 그룹의 인기가이드로 떠올랐고 황마스터는 비가 올 때 지붕수리나 무거운 짐을 지는 것 그리고 호객행위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순이는 전공을 살려 회계를 맡았고 주행이는 커피심부름을 특기로 삼았다. 참고로 주행이는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훗날 고용해주겠노라 다짐했던 정윤이가 10년째 과거에서 낙방했기 때문이었다.

와.......등장인물이 죄다 실존인물이긴 처음이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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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베이비

 

달력의 숫자는 분명 가을이었으나 달아오른 수은주와 가득찬 도시의 습기는 여름을 절정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차라리 한 바탕 비라도 쏟아지려면 좋으련만, 인도양에서 몰려오는 비구름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온실효과로 지구가 점점 더워져가고 있는 이 때, 불행히도 그의 집에는 에어컨마저 없었다. 하기야  일년중 가장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이 한두주를 위해 에어컨을 덜컥 살 사람은 없었다.

 다른 젊은이들처럼 근처의 바닷가에 놀러가면 더위쯤이야 금방 물러가겠지만 게으르기 짝이 없는 그의 성격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컴퓨터를 붙들고 앉아 별 볼일 없는 웹서핑을 하거나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채팅을 하는 것 뿐이었다. 아니면 와호장룡 비디오를 무한대로 틀어놓고 보거나.

 결코 날렵하다고 할 수 없였지만 나름 평균이라고 자부 할 수 있었던 그의 몸매는 점점 망가져가기 시작하였다. 고기 없이는 식사가 불가능한 식사습관도 한 몫을 했다. 그는 꽤 살집이 있는 두 분 부모님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그 역시 그걸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단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멀쩡히 자동차가 있는데 굳이 걸어서 슈퍼마켓에 갈 이유가 뭐가 있냐고 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었다, 그는.

 배가 마치 풍선처럼 불러왔고 더더욱 무거워진 몸을 놀리기 싫은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다. 나중에는 아예 노트북의 선을 뽑아와 컴퓨터로 가는 동선마저 최소화해버렸다. 동물원 코끼리의 몸무게를 재는 체중계를 써야될지도 모른다고 친구는 농담반 진담 반 말했으나 이미 의지박약인 그에게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그는 문득 자다가 아랫배에 상당한 통증을 느꼈다. 엉치뼈 언저리께가 무척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급기야 순간 엄습해오는 엄청난 통증에 그는 비명을 질렀다. 옆방에서 자다 놀라 뛰어나온 어머니는 급히 구급차를 불렀고 그는 병원의 천장의 하얀 타일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하루가 훨씬 더 지난 다음이었다.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본 것은 담당의사와 간호사들이었다. 까짓 복통으로 실려온 환자를 지켜보기엔 상당히 많은 수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어머니가 묵주를 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손가락의 마디가 하얗게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 엄마, 나 괜찮아요?"
"응, 괜찮아... 그런데 얘야..."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큰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문득 몇 달 전 집에 은둔하기 전에 클럽에서 만난 정체모를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습관대로 지갑의 돈은 언제나 양말 속에 넣었고 콘돔은 사용했었던가 말았던가. 과음을 했던지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설마하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에이즈예요?"
"그건 아니고..."
어머니는 역시 말꼬리를 흘리며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럼 뭐예요? 뭐냐니까요?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건데?"
에이즈 이상의 최악의 사태를 상상해본 적 없는 그로서는 덜컥 겁이 났다. 그제서야 그는 찬찬히 그의 몸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눈코입 다 정상이었다. 다만 좀 과하게 부풀었다 싶은 그의 배가 꺼져있는 것 밖에는 별 다른 이상증후는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드디어 옆에 있는 의사가 나섰다.
"저희도 이런 말씀 드리기 상당히 곤란하지만 의학적으로 매우 희귀한 일입니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하군요."
어머니는 아예 흑흑 울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한두건씩 보고는 되곤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요."
말을 듣다말고 그는  벌컥 화부터 냈다.
"그러니까 뭐가 문제냐 이겁니다!"
은빛안경테 넘어 의사의 눈은 당혹스러움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옆의 간호사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 간호사는 멈칫거리더니 방을 나갔다.

조금 있다 다시 들어온 간호사가 안고 있는 것은 아기였다. 갓 태어난 듯한 빨간 피부에 울다 지쳐 잠든 것이 뻔해보이는 그런 아기였다.
"이 아기와 저랑 무슨 상관관계가? 혹시 이 아이가 제 아이라기도 한가요? 열달전에는 만나는 여자가 없었는데?"
의사는 둘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했다.
"아기의 보호자는 엄연히 당신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엄마니까요. 그리고 그걸 우리 모두가 보았어요. 뱃속에서 쌍둥이 남자형제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뱃속에 들어있어서 성인이 된 후에 발견되는 예는 간혹 있지만 이런 경우는 완벽한 양성체가 아니고서는 힘듭니다. 게다가 살아있는 아기라뇨. 혹시 그 전에 자신이 남성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었다든지 아니면 스스로 자신의 남성성에 회의가 든 적이 있는지....."
의사는 계속 주절주절 말을 이었으나 이미 하얗게 백지상태가 된 그의 머릿속에 그런 말들이 들어올 리 만무했다.

 신문사와 방송관계자들 사이에 이미 소문이 좍 퍼져있었는지 그가 퇴원하는 날 병원 정문은 발디딜틈도 없이 북적였다.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뒤로 하고 그는 아기를 안 은채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분명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자신의 얼굴이 실리겠지. 아 이제 어떻게 살지. 어머니는 어느 정도 충격에서 벗어났는지 아기를 안고 우유를 먹이고 있었다.
"어구구, 아가 안녕. 내가 니 할머니란다."
"엄마, 제발 좀 그만해요. 사람 심란해죽겠는데."
"제 자식에게 그게 무슨 할 말이냐. 어쨌건 네가 낳았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그래, 이름은 뭐로 정했냐?"
"데이비드 어때요? 우리가문에 그 이름 가진 사람 없잖아. 그리고 내일 무슨 과학연구소에서 머리카락 샘플 좀 몇 개 보내달라고 그러길래 수락했어요. 상당히 큰 가격을 부르더라구요."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기껏 몇 달전에 대학을 졸업했으나 아직 직장이 구해지지 않은 상태로 졸지에 엄마 겸 아빠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기 기저귀와 우유값이 꽤 많이 들텐데 그깟 머리카락 몇 개가 대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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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0의 키를 가진 건장한, 짧은 머리카락과 적당히 그을린 구릿빛 몸매가 돋보이는 남자였다. 단지 모든 여자가 다 그를 사랑할거라는 자뻑증상을 제외하면 좀 더 나아 보일 법 했지만. 또한 그가 가장 절친한 친구랍시고 데리고 다니는 녀석은 어디서든지 담배연기 뻐끔뻐끔 뿜어대는 골초에 중독으로 보일 정도로 끔찍이 알콜을 사랑했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모든 여자들을 끊임없이 섹시하다와 그렇지 않다의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누었다. 기름때가 질질 낀 머리칼로 배를 북북 긁으며 등장하는 친구를 보면 그 역시 더불어 평가절하되기 쉽상이었다.

겉모습만 보고서 둘을 판단하자면 일방적으로 그의 승리였다. 그러나 알고보면 사실 그도 그의 친구 못지않은 기괴한 심성과 성품의 소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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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소설의 일부. 모델은 역시 친구였던 사람. 그리고 그의 이야기 ㅋㅋㅋ
이 젠장 쫌 미안한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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